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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후기

참여자 김서연님의 후기입니다
참여자김서연

 

 

 

취업준비생이 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지인이 보낸 안부 메시지에 답하지 못하고 새벽 내내 뜬 눈으로 괴로워하던 일이 이제는 익숙하게만 느껴진다. 그만 좀 보내. 취업이 됐으면 내가 먼저 연락했겠지. 어? 제발. 친구의 얼굴 보기가 꺼려지고 가족에게는 미안하고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은 시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 더 괴롭다. 무늬만 사람이지 사람 구실을 못하는 죄인으로 청춘을 떠돌고 있는 기분이 나를 갉아먹는다.


사실 졸업만 하면 한 번에 취업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 인생에 백수라는 건 없을 줄 알았던 것이다. 막 졸업을 했을 즈음에도 지금과 같은 무기력함은 어느 정도 갖고 있긴 했다만 그때는 지금보다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감정이었다. 막 졸업한 졸업생인데 뭐 곧 되겠지.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그래도 나정도 스펙이면 취업이 당연히 되지. 라고 생각했던 오만함이 지금의 나를 비웃고 있다. 잘못했어요. 근데 이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요. 나만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래. 나만의 잘못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그건 나도 알고 있고 너도 알고 있고 사회가 알고 있다. 분명 누군가의 탓이란 걸 알고 있다 해도 이미 꼬여버린 실타래를 들고 이것 좀 풀어주세요. 하고 기다릴 시간이 내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 더 이상 누군가를 탓하는 데에 내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이는 나밖에 없다는 이 뭣 같은 교훈은 취업준비생의 신분에서 깨달은 것이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으나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취업준비생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수당이 바로 청년수당이다. 나도 이 수당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청년수당을 받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지원센터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준다.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으니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신청하라는 메시지이다. 가끔은 취준생 안부도 물어주신다. 물론 이 안부 메시지에는 고통 받으며 답장하지 않아도 된다. 받기만 하면 되는 메시지라 부담이 없고 감성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진다. 아마 취업 준비를 하면서 마음이 많이 다쳤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청년수당을 이용하면 하이데어 게시판에 상담도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취업준비생의 심금을 울린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우울함이 최고조에 이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하이데어 게시판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 정신 병원에 가서 검사라도 한 번 받아보고 싶은데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병원 입구에도 가지 못했고 여전히 내 마음을 풀어낼 공간은 절실하게 필요했다. 이에 온라인 상담이라도 받아보고자 센터에서 온 문자를 참고하여 하이데어 게시판에 접속했다. 게시글 목록을 보니 이미 나와 같이 마음에 병이 생긴 이들의 고민 글이 빼곡했다. 그리고 그 목록들을 확인하면서 울었던 것 같다. 나와 같은 힘듦을 겪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이 아팠고 동시에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됐던 것 같다. 이에 나도 용기를 내어 마음 깊숙이 지니고 있던 힘듦을 글로 적어 제출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답변이 달리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게시글에 답변이 달렸다는 것을 확인하고 클릭한 순간 2차 눈물 댐이 개방됐다. 생각보다 정성스럽게 달린 답변에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감동했다. 5-6줄도 안 적어서 냈는데 몇 배로 불어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상담 내용에 대한 이해와 공감, 위로가 가득 들어찬 글이었다. 글의 마지막에는 힘들면 다시 이 게시판을 이용해 글을 써달라는 말이 있었다. 그 글귀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기분이 들었고 다시 한 번 힘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만을 생각해주는 비밀 친구가 생긴 기분이 들었다.

 

하이데어 게시판을 이용했다고 해서 갑자기 취업이 되고 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취업 준비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힘듦을 어루만져주고 공유해나갈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난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한 견고한 아지트를 발견해서 지칠 때마다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나는 버티고 버텨 취업에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 버티기 힘들 때 하이데어라는 방공호에 들어가 쉬어가고자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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